히카두와를 떠나 스리랑카 남부 해안을 따라 웰리가마(Welegama)에 도착했다. 웰리가마는 갈레와 남부 거점도시 마타라의 중간 쯤에 위치한 해변으로 긴 백사장과 환상적인 스쿠버 다이빙 포인트와 고래 투어로 유명하다. 나 역시 스쿠버 다이빙을 위해서 웰리가마를 찾아왔는데, 서남해안에 몬순이 시작되는 시즌이라서 먼 바다의 깊은 포인트를 제외하고는 시야가 짧아서 사실상 시즌 오프라는 말을 듣고 돌아섰다. 다이빙을 위해 찾아간 곳인데 갑자기 계획이 취소되면서 할 일이 없어져 버렸다. 그래서 웰리가마에 있는 동안 어슬렁어슬렁 동네 구경을 다니고 로컬버스를 타고 돌아다니며 더위를 식히곤 했다.
< 웰리가마 해변의 아침 >
한참 날씨가 좋은 성수기 시즌에 이곳을 방문했던 사람들은 몰디브 급의 해변이라고 극찬을 하는 웰리가마 해변은 서핑을 즐기는 여행자들과 어망을 손질하고 고깃배를 끄는 현지 어부들의 모습을 함께 볼 수 있는 아직 때묻지 않은 여행지이다. 사람들이 많이 찾는 관광지의 경우, 여행자 거리가 형성되면서 여행자와 현지인의 공간이 분리되어 버리고, 현지인들도 대대로 살아오던 방식의 삶이 아닌 관광업을 생업으로 삼게 되면서 원래의 색을 잃어버리게 된다. 그래서 동남아시아의 유명 여행지를 가면, 자연 환경을 제외하면 왠지 비슷비슷한 느낌이 든다. 하지만 웰리가마는 아직까지는 덜 개발되어 숙소나 레스토랑이 많이 없어서 조금 불편하지만, 아침이면 해변에서 고기를 내리는 고깃배와 도로변에 줄지어 있는 간이 생선 가게들을 볼 수 있고 해변에서 안쪽으로 조금만 걸어들어가면 재래시장과 작은 학교, 동네 사원 등을 볼 수 있어서 정겨운 느낌을 주었다. (물론 고급호텔이 신축중이고, 바로 옆 해변인 미리사는 서양 여행자과 여행자 편의시설로 가득하지만...)
< 생 참치 토막 사건 현장 >
< 힘을 내요. 슈퍼 파워~ >
여행자와 로컬이 섞일 수 있다는 점에서 스리랑카가 다른 나라보다 매력적인 여행지가 될 수 있었던 것은 스리랑카 사람들과 몸을 부딛히면서 타는 로컬버스가 한 몫을 한다고 생각했다. 스리랑카의 대부분의 지역이 버스와 기차로 촘촘하게 엮여 있어서 아무리 외진 곳이라해도 쉽게 접근이 가능하고 대중교통 비용이 매우 저렴해서 10km 정도 거리를 버스로 이동하면 160원 정도면 충분하다. 버스 기사와 차장들이 한 명이라도 더 태우기 위해서 경쟁하기 때문에 마치 택시를 잡아 타듯이 어느 곳에서나 손만 흔들면 정차하고 어디서나 내릴 수 있고, 복잡한 시내를 미친듯한 스피드로 질주한다. 그리고 모든 창문은 말할 것도 없고 승하차용 앞 / 뒷문도 모두 활짝 열고 달리기 때문에 바닷가의 짠내, 음식점의 고소한 기름냄새, 나무 태우는 매퀘한 연기, 항상 때로는 거리의 매연 등을 그대로 느낄 수 있어서 사람이 사는 거리를 지나고 있는 것을 실감나게 해준다.
하지만 스리랑카 버스의 진짜 매력은 다른 곳에 있다.
< 스리랑카 버스 >
< 로컬버스 외에도 Intercity 라고 에어컨 나오는 좋은 버스도 있다. >
스리랑카 버스를 타면 여러번 놀라게 된다. 먼저 클래식(?)한 외관과는 달리 엄청난 속도와 놀라운 운전 실력에 놀라고, 다음에는 귀가 멍멍해질 정도로 틀어주는 신나는 노래소리에 놀라게 된다. 어떤 버스를 타더라도 온몸이 들썩거리는 음악과 뮤직비디오가 버스가 떠나가도록 울리고 승객들은 어느새 음악으로 하나가 되는 묘한 경험을 할 수 있다. 심지어는 버스 앞에 무사안녕을 기원하는 부처상과 가네샤상에도 알록달록 LED 전구가 노래에 맞춰 반짝반짝 미친듯이 신나게 깜박인다. 버스에서 내리고 나면 마치 정신을 두고 내린 듯한 멍한 기분을 느끼게 해주는 신나는 로큰롤 로컬버스!!
(궁금하시면, Youtube에서 'Sri lanka bus'를 검색하면 놀라운 버스를 간접경험 할 수 있다.)
주의 사항 : 한시간 이상 타면 환각 또는 최면 상태를 경험하게 됨. ^^
< 신나는 뮤직비디오와 함께 달려요~ 로큰롤 로컬버스 >
< 신나는 음악과 함께 다함께 차차차!! >
스리랑카 여행은 대중교통을 통해 현지 사람들과 자연스럽게 섞이게 되는 기회가 많다. 물론 에어컨이 빵빵하게 나오고 짐 싣고 내리기도 용이한 여행자 버스가 편하겠지만, 암탉이 머리를 내밀고 있는 장바구니를 들고 타는 아주머니와 새하얀 교복을 입고 등교하는 학생들, 엄마 품에 안겨서 우리를 신기한 듯 쳐다보는 아이들이 가득한 로컬버스를 타는 경험이 스리랑카를 매력적인 여행지로 만들어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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