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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

[스리랑카] 캔디, 담불라 : 붓다의 캔디

 

가는 날이 장날이라더니 캔디(Kandy)에 도착한 53일은 불교 국가인 스리랑카에서 가장 큰 명절인 베삭 데이(Vesak Day)였다. 베삭데이는 부처님이 태어나신 날이자, 깨달음을 얻은 날이고, 열반에 이른 날이기에 불교에서는 가장 중요한 날인 셈이다. 우리나라에서는 음력 48일이 부처님오신날인데... 뭔가 혼란스럽다. 비슷한 점은 스리랑카도 우리나라처럼 사원을 방문하는 모든 사람에게 공짜로 음식을 나눠준다. ^^


엘라에서 기차를 타고 캔디로 이동하는 내내 심상치 않음을 느꼈는데, 캔디에 도착하니 도시 전체가 혼돈 그 자체였다. 그 이유는 스리랑카 최고의 불교 성지인 불치사가 캔디에 있기 때문이었다. 불치사는 붓다의 치아 사리가 모셔져 있는 곳으로 원래 명칭은 스리 달라다 말리가와 (Sri Dalada Maligawa) 이다. 국민의 70% 이상이 불교를 믿는 국가인 만큼 수많은 사람들이 흰색 의상을 입고 불치사에 모여들었고, 하얀 옷의 물결 속에 원색의 옷을 입은 나는 옥에 티와 같은 이방인이었기에 감히 불치사에 발을 들일 수가 없었다.

< 캔디 호숫가에 있는 불교 성지 불치사 >

 

< 베삭 데이의 불치사 >

 

불교 국가인 스리랑카는 매월 보름날을 포야 데이(Poya Day)라고 부르는 공식 국경일이다. 매달 보름이 쉬는 날이라니 직장인들에게 얼마나 아름다운 나라인가! 그렇다고 포야 데이가 서양의 풀문데이처럼 파티를 하고 놀기 위한 날은 아니다. 그날은 흰옷을 입고 육식을 하지 않으며 불경을 외면서 신성하게 보낸다. 나고 자라는 과정에서 종교는 항상 이들의 생활속에 있었기에 모든 삶은 종교와 밀착되어 있다. 집집마다 한 귀퉁이 불상을 모시고 작을 불당을 만들고 매일 아침 저녁으로 공양을 하고, 심지어 앞 포스팅에서 소개했던 광란의 로컬버스도 사원 앞을 지날때면 음악을 끄고 버스의 승객들도 자리에 잠시 일어나 창밖의 사원을 향해 짧게 기도를 올린다.


하지만 스리랑카에는 불교만 있는 것이 아니다. 불교를 믿는 싱할라 족과 남인도에서 넘어온 힌두교도인 타밀족, 유럽 식민지 시절에 전파된 기독교와 주변 동남아시아 국가의 영향을 받은 이슬람교까지 다양한 종교가 섞여있다. 그 중에 싱할라족과 타밀족의 인종, 종교 갈등은 28년 간의 내전의 아픈 역사를 만들었지만, 지금은 서로 잘 융화되어 있는 듯 하다. 그 예로 불교 사원을 가면 어김없이 힌두신이 모셔있는 신기한 광경을 볼 수 있다.

 


< 담불라 석굴사원 내의 힌두 사원 >

 

캔디를 떠나 버스로 두 시간 정도 떨어져 있는 담불라로 이동했다. 담불라에는 스리랑카 불교 유적 중에 가장 보존이 잘 되어있는 석굴사원이 있는 곳이다. 석굴사원으로 오르는 입구에 거대한 세계에서 가장 큰 좌불상이라는 황금 불상이 압도적인 위엄을 보이고 있지만, 요건 사실 일본불교도의 시주로 최근에 만들어진 불상이다. 세계문화유산인 석굴사원은 석산을 10여분 올라가서야 만날 수 있었다. 기원전 1세기에 만들어진 석굴 사원은 거대한 석산의 자연 동굴을 이용하여 불상과 프레스코화를 새겨서 만든 아름다운 사원이다. 물론 수많은 복원 작업이 있었겠지만 2200년의 세월이 무상할 만큼 잘 보존되어 있어서 놀라웠다.

 

< 담불라 석굴사원 황금불상 >

 

< 담불라 석굴사원 >

 

< 담불라 석굴사원 내부 >

 

< 담불라 석굴사원 내부 >

 

< 2000년이 지나는 동안 수없이 바래고 다시 채색됐을 프레스코 벽화 >

 

이렇게 화려한 종교 문화재를 만날 때마다 내심 대단하다는 생각과 함께 무엇이 그들을 이렇게 신실한 마음을 가지게 했을까하는 궁금증도 생긴다. 호국의 염원, 개인의 안녕, 내세의 평화... 그 무엇이 이유일지라도 이런 대단한 예술품을 만든 그분들의 의지는 정말 존경스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