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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

[UAE] 두바이 : 타임슬립


13일의 네팔 일정을 마치고 스리랑카로 이동 전에 잠시 두바이를 거치게 되었다. (사연 링크네팔 공항은 출국하는 그 순간까지 혼돈의 아수라장이었다. 적벽돌의 낡은 공항 청사는 지방 소도시 버스터미널을 연상시켰고, 맨손으로 온 몸을 더듬더듬하는 부끄부끄 보안검색은 무려 3번이나 하면서 긴 줄에 지치게 만들었다. 거기에 시장통같은 대기실은 보너스그래도 뭔가 복잡하고 불편하지만 기계가 아닌 사람이 일을 하는 듯한 정겨움마저 느껴졌다. 가끔은 이런 아날로그적 감성이 그리울 때가 있다. 그렇게 네팔을 떠나 두바이로 향했다.


< 정겨운(?) 네팔 국제 공항 >


< 차가운(?) 두바이 국제 공항 >



아시아 최빈국 네팔에서 중동의 부국 두바이에 떨어진 순간, 마치 시간여행을 한 기분마저 들었다. 삐걱거리는 문의 단층 공항 청사를 나와서 잠시 비행기를 탔을 뿐인데 먼지 하나 없는 듯한 새하얀 공항과 기다림이 없는 입국 시스템과 내가 도착함과 동시에 나오는 수화물까지 예전이면 당연하게 느꼈을 것들이 네팔에서 잠시 보낸 시간 때문에 놀랍게 느껴졌다. 불과 몇 시간 전에 카트만두에서 창문도 잘 안 닫히는 낡은 800cc 스즈키 택시를 타며 거리의 흙먼지와 매연을 듬뿍 먹고 왔는데, 두바이 공항 앞에는 검은색 렉서스 택시가 줄지어 서있는 모습에 당황스러웠다. 문득 내려다 보니 목이 늘어난 낡은 티셔츠와 인도풍의 헐렁한 고무줄 바지를 입고 내 몸뚱이만한 배낭을 메고 있는 내 모습이 마치 과거에서 온 시간여행자 같아 보였다. 어서 숙소로 가서 내 자신의 모습도 타임슬립이 필요했다.


< 네팔의 흔한 스즈키 택시 >


< 두바이 팜 쥬메이라 모노레일, CG 아님 ^^ >



하루에 전기가 들어오는 시간보다 안들어오는 시간이 많았던 네팔을 여행하다가 두바이의 숙소에 오자마자 가장 먼저 한 일은 콘센트를 찾아 전자기기들을 충전하는 일이었다. 네팔에서는 콘센트 모양에 문제가 없었지만, 두바이에서는 한국과 다른 콘센트 모양 에 멀티 어댑터를 이용하여 변환이 필요했다. 어댑터를 콘센트에 꼽는 순간! 펑’하는 소리와 함께 불꽃이 번쩍!!!  저렴한 쓰레기 중국산 어댑터가 고장이 나서 내부에서 합선이 되었나보다. 내 손에서 터져버린 어댑터에 너무 놀래서 잠시 아무 생각도 할 수 없었다. 정신을 차려보니 20여개의 객실이 있는 우리층에 전원이 몽땅 나갔다. 아마 순간적으로 과전류가 흘러 차단기가 내려갔나 보다. 잽싸게 리셉션에 내려갔더니 뜬금없는 정전 때문에 객실에서 문의 전화가 폭주하고 있었다. 사건의 주인공이 짠! 하고 나타나서 상황을 설명했더니 검게 그을린 내 얼굴과 더 검게 그을린 어댑터를 번갈아 보며 전기 담당 직원을 호출해 주었다. 하마터면 진짜 타임슬립을 할 뻔했다. 먼 미래로... T T   아직 여행 초반인데 몸 사려야겠다.



< 멀티어댑터 폭발사고 현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