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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일주 준비

[D-45] 첫 번째 여행 경로 수정


여행 일정을 짜고 계획을 세우는 일이 여행이 주는 재미의 커다란 부분을 차지한다고 생각하는 나는 세계일주 출발 1년 이상이 남은 작년 초부터 신나는 마음으로 여행 계획을 세웠다. 늘 그렇듯이 여행 계획은 수시로 바뀌게 된다. 출발 직전에 마음이 변하기도 하고, 여행 중에 현지 사정으로 계획이 틀어지기도 한다. 아마 세계일주 중에도 수 많은 계획 변경이 있을 것이다.


네팔과 인도 일정은 무려 D-300일에 세웠다. (링크)

네팔은 첫 번째 목적지라서 항공권도 확보된 상태라 어쩔 수 없었지만, 인도 루트는 지난 수개월 동안 여러번 수정되었다. 이유는... 인도라서? 맞다, 인도라서!! Incredible India


원래 계획은 네팔의 포카라에서 소나울리를 통해 국경을 넘어 인도의 바라나시로 들어가서 북인도 지역을 여행하고 반시계방향으로 남인도를 돌아서 첸나이에서 출국하려고 했다. 그런데 몇 가지 이유로 이번 세계일주에서 인도를 빼려고 한다.


첫 번째, 4~5월 북인도의 엄청난 더위

인도는 히마찰 쁘라데쉬, 잠무 & 카슈미르 지역을 제외하면 일 년 내내 덥다고 보면 된다. 그래도 북인도의 경우, 우리나라의 겨울에 해당되는 11~2월에는 아침, 저녁으로 서늘하고 낮에도 활동하기 나쁘지 않다. 하지만 우리가 여행하려는 4~5월에는 40도에 달하는 엄청난 더위 때문에 낮에 돌아다니는 일이 쉽지 않다고 한다. 여행 초반부터 더위에 지쳐 몸이 허해지는 것을 아닐까?


< 북인도 대표 도시(델리, 바라나시)의 월별 평균 기온 >



두 번째, 여행지로서 인도가 주는 특수함(?)

인도는 여행자들 사이에서도 호불호가 명확하게 갈리는 지역이다. 악명 높은 기차, 끈질긴 호객꾼들과 끊임없이 흥정을 해야 하는 상황, 하루에도 여러번 분노로 뚜껑이 열리게 만드는 사기꾼들... 그 밖에도 많은 요인들이 여행을 참 힘들게 만든다. 몇 해 전에 인도를 여행했었던 나는 이런 것들조차도 아련하게 그리워지는 최고의 여행지였지만, 이런 황당한 상황들을 처음 접할 아내가 잘 받아들일지는 미지수다. 찌는 듯이 더운 날씨에 어깨를 짓누르는 커다란 배낭을 메고 더러운 거리에서 사기꾼이랑 싸우고 있다 보면 '내가 무슨 부귀영화를 누리자고 여기에 왔나'하는 생각에 모든 것을 포기하고 싶어진다. 여행 초반부터 지치고 싶지 않다.


세 번째, 갑자기 가고 싶어진 스리랑카!!

앞에서 말한 이유도 있지만, 사실 인도보다 더 가고 싶은 곳이 생겼다. 여행을 준비하면서 이곳저곳 정보를 접하다가 한 번에 마음을 사로잡은 나라를 발견했다. 스리랑카!! 거대한 바위 요새 위의 궁전 시기리야, 신비로운 고대 사원, 싱그러운 차밭, 에메랄드빛 해변, 수많은 스쿠버다이빙 포인트, 싱싱한 해산물, 저렴한 물가까지 우리 부부가 좋아하는 모든 것을 갖추고 있었다.


그렇다면, 네팔에서 인도를 건너뛰고, 스리랑카로 고고싱~~


먼저, 항공권을 알아보자. Skyscanner로 대략적인 항공권 시세를 검색!! (항공권 검색)

그런데, 거리에 비해 쫌 비싸넹... 내 마음속의 적정 가격은 편도 25만원 정도인데, 현실은 40만원을 넘어가고 있었다. 그나마 에어인디아와 Jet Airways가 조금 쌌지만, 2,500km 정도 거리를 두 번씩 경유하면서 이틀을 버리고 싶지 않았다. 아시아 지역 저가항공의 대장 Air Asia도 검색해봤지만 프로모션 기간이 아니라면 50만원 정도였고, 게다가 KL에서 하루를 경유해야 했다.





그래서 차선으로 중동의 저가항공을 선택했다. 아랍에미리트의 두바이를 허브로 하는 Fly Dubai를 이용하여 카트만두에서 두바이를 경유하여 콜롬보로 가는 편도 노선을 알아본 결과, 40만원 초반에서 해결할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런데 콜롬보 도착 시간을 최적화하다 보니 두바이 공항 경유 시간이 꽤 길어질 듯했다. 그렇다면 차라리 스톱오버를 걸고 두바이를 여행하자는 결론이 나왔다. 덕분에 예정에 없었던 두바이 2박 3일이 추가되었다.






이번 포스팅을 하게 된 이유는 여행을 하면서 어김없이 생기는 계획 수정의 과정을 소개하고 싶어서였다. 평범한 일상과 달리 여행 중에는 하루에서 여러 번 선택의 순간을 만나게 되고, 그 선택에 대한 결과가 곧바로 피드백된다. 그 과정에서 평소 몰랐던 나의 위기 대처 능력이나 가치 성향이 드러나게 되고, 동행자와 이견을 조율하면서 싸우기도 하고 설득하기도 하면서 서로의 관계를 확인하기도 한다.


여행의 묘미는 낯선 환경에서 두근거리는 선택과 예상치 못했던 결과에 대한 희열에 있는 게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