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록에 대한 집착. 어렵게 결정해서 온 여행이라서 일까, 언제부턴가 글과 사진 등의 기록에 집착을 하는 나를 발견하게 되었다. 아마도 눈앞에 있는 풍경과 지금의 여유, 문득문득 떠오르는 생각들을 영원히 소유하고 싶어하는 강박증에서 비롯한게 아닐까?
하지만 여행중에 꼼꼼하게 일기와 가계부를 쓰고 블로그에 여행기를 정리하는 일은 상상 이상으로 힘들었다. 매일 일과를 마치고 가계부와 사진을 정리하고, 다음 일정을 준비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벅찼기에 이런 저런 생각을 모아서 일기를 쓴다는 것은 사치였다. 일기가 한달 정도 밀리기 시작하면서 이제는 서술식이 아닌 개조식의 메모 형식으로 바뀌게 된지 오래다.
블로그에 간간이 올리는 여행기가 밀리는 것은 어찌보면 당연한 일이었다. 밀린 이집트와 터키 여행기를 과감히 제끼고 불가리아부터 새마음 새뜻으로 쓰기 시작한지 얼마 안되서 다시 블로그 질을 잠시 접을 수 밖에 없는 상황이 생겼다. 보잘것 없는 여행 자랑 블로그에도 종종 방문하셔서 응원 메세지를 남겨주시는 분들이 계신다. 그래서 일기는 밀리더라도 블로그에 올리는 여행기는 꾸준히 쓰려고 했건만...
7월 18일 파리에 도착해서 미리 계약해둔 리스카를 인수받고 본격적으로 유럽자동차여행을 시작했다. 걸어다니다가 갑자기 차가 생기니까 여행하는 방식에 대한 여러가지 옵션이 생겼다. 그중에 한 가지가 캠핑여행이다. 물가가 비싼 유럽에서 숙박비와 식비를 절약하려고 선택한 캠핑이었지만, 약간의 불편함을 감수하면 정말 매력적인 여행방식이다. 풀벌레 소리를 들으며 잠이 들어서 새소리에 일어나는 생활, 좁은 텐트안에 아내와 나란히 누워서 도란도란 얘기를 나누며 저녁을 보내고, 아침이면 손잡고 산책로를 거닐 수 있는 하루하루가 유럽의 명소를 관광하는 것보다도 좋았다.
< 두달 동안 우리의 발이 되어줄 차, Citroen C4 >
< 캠핑 컨셉 사진 @로텐부르크, 독일 >
물론 캠핑생활이라는 것이 아늑함과 편리함과는 거리가 멀긴 하다. 캠핑장에 도착하면 피곤한 몸을 이끌고 텐트와 타프를 치고 식사 준비를 해야하고, 상상이상으로 추웠던 유럽의 밤에는 오들오들 떨면서 자야 했다. 심지어 첫 캠핑지였던 벨기에의 브뤼헤에서는 폭우가 내려서 제대로 신고식을 치루면서 캠핑장비를 산 것을 후회하기되 했다. 하지만 유럽의 숙박비가 워낙 비싼 터라 단 며칠의 캠핑만으로도 본전을 찾을 수 있어서 지금은 오히려 숙박에 대한 옵션이 늘어난 셈이라서 좋다.
< 종종 텐트와 차 위로 사과가 떨어지던 프라하 캠핑장 >
아무래도 자동차 캠핑 여행을 하는 유럽에서는 한동안 여행기를 올리기 힘들 것 같다. 하지만 여행 중에 느끼는 여러가지 감상들은 잘 메모해두었다가 여행기를 통해 빠짐없이 공유하려고 한다.
응원의 메세지를 남겨주시는 방문자 여러분 감사합니다.
안전하고 건강하게 여행하면서 여행기를 통해서 다시 인사드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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