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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이야기

지도 수집하기


내가 10살, 초등학교 3학년 가을로 기억된다. 한달에 한 번 있는 재활용품 정리하는 날이었는데, 아마도 내가 당번이었나 보다.
폐지를 모아서 노끈으로 묶던 중에 내 눈을 사로잡은 책이 있었다. 선생님이 보실까 몰래 그 책을 옷 속에 숨겨서 집으로 가져왔다.


그 책은 '중학교 사회과부도' 였다.


짧은 기억력 때문에 유년시절의 기억이 별로 없는 나에게도 세계지도와 역사도, 지형도 등을 처음 봤던 그 날은 아직도 기억이 난다. 세상을 작은 책속에 담았다는 사실에 보물이라도 되는 것처럼 아꼈었다.


그 후로도 나의 지도 사랑은 계속되었다. 이과를 선택한 나는 세계지리 과목을 배우지는 않았지만, 세계 주요 국가들의 위치, 지형, 기후 등에 관심이 많았다. 그리고 전국 도로망이 상세히 나와있는 국내 교통안전지도 책을 교과서 만큼이나 열심히 봤던거 같다. ^^


고등학교를 졸업하고부터는 지도로만 보던 그 곳을 직접 가보겠다는 생각에 끊임없이 아르바이트를 하고 적금을 넣어 21살에 처음으로 유럽 배낭여행을 떠났었다. 지도와 사진으로 보던 곳에 내가 있다는 기쁨이 유명한 유적이나 화려한 볼거리보다 컸었다.


철이 안 든 성인이 되고 나서도 지도는 여전히 나에게 항상 설레임과 호기심을 불러왔다. 지도만 보고 있으면 가고 싶고, 그 곳의 삶이 보고 싶어다는 생각에 갑자기 활력 솟았다. 여행을 좋아해서 학생 때는 아르바이트로 모은 돈으로 1년이 넘는 장기배낭여행도 떠났었고, 직장인이 되어서는 매년 여름 휴가를 손꼽아 기다리며 한 해를 보냈다. 그리고 지금은 세계일주를 준비하고 있고...


낯선 도시에 도착하면 가장 먼저 하는 일이 지역 관광안내소를 찾아가 도시 지도를 얻는 것이었다. 물론, 구글 어스 덕분에 모니터를 통해서 편하게 상세한 지도와 위성사진까지 얻을 수 있지만, 현지에서 얻는 지도는 그와는 다른 독특한 매력이 있다.


먼저, 손으로 펼치고 만지면서 아날로그적 감성을 만족시키고, 지도에 여기저기 붙어있는 안내문, 광고 등을 보면서 현지의 생동감을 느낄 수 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그 지도를 직접 들고 그 지역을 여행했던 터라 지도를 보고 있노라면 그 날에 느낌이 생생히 기억난다. 길을 헤매다가 우연히 발견했던 보물같은 명소, 우리만 아는 비밀의 맛집, 낯선 이방인에게 사기를 친절을 배풀었던 사람들, 뜨거운 날씨에 고생했던 언덕......

보통은 여행 후에 사진을 보면 되돌아 볼 수 있던 기억들을 나는 지도를 보면서 그 날의 길들을 떠올린다.

 

그렇게 모은 지도들은 스크랩되어 있기도 하고, 곱게 접어서 케이스에도 들어가 있고 거실벽, 테이블, 냉장고 등에도 붙어있다.


그 중에 일부를 이 페이지를 빌려 소개하는 것으로 글을 마칠까 한다.



우리집 곳곳을 장식하는 지도들, 위 사진 말고도 곳곳에 깨알같은 지도들이 붙어있다.

 


 호주 자동차 여행 때, 네비게이션 역할을 했었던 Handy Atlas

 


울룰루를 제외하면 다 운전해서 돌아봤던 호주 도시들



 뉴질랜드에서 발견한 Upside down 세계지도, 꼭 위쪽이 북극일 필요는 없지 ^^


 

아내와 함께 렌터카로 일주했던 뉴질랜드 남섬의 주요 도시들

 

 

직장인이 된 후로는 짧은 여름 휴가로 여행을 가려니 아시아를 벗아나기가 힘들다



신혼여행을 갔었던 이탈리아 도시들과 회사 동기들과 갔었던 이스탄불



일상 중에 틈틈히 떠났었던 국내 여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