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 글117 여행 200일째 @세비야, 스페인 매일 아침 낯선 천장을 보며 잠에서 깨는 일, 벌써 200일이 되었다. 그럼에도 여전히 아침이면 멍하니 앉아서 ‘난 누군가, 또 여긴 어딘가...’ 하며 하루를 시작한다. 200일 전, 포근한 집을 떠나고부터 매일 바뀌는 잠자리와 입에 거친 음식들, 한 치 앞을 예상할 수 없는 일상과 선택의 결과를 끊임없이 마주치는 일이 계속 이어지고 있다. 이제는 이런 생활이 익숙해질 법도 한데 여전히 버겁다. 게다가 두달간 캠핑 생활을 하면서 텐트를 치고 철수하는 일을 반복하면서 왜 절대 다수의 사람이 정착생활을 하고 있는지 온몸으로 이해하게 되었다. 그럼에도 계속 길위에 있는 이유는 불편하고 힘든 여정 중에도 예상치 못하게 다가오는 즐거움과 순간 순간 느껴지는 만족감 때문인 것 같다. 짧은 일정의 여행을 할 때는 .. 2015. 10. 17. [스페인] 그라나다 : 다시 와야 할 이유 네르하에 도착 전까지만 해도 네르하에서 4~5일 머물면서 코스타 델 솔의 태양을 만끽하려 했었지만, 예상치도 못했던 ‘그 사건’ 때문에 2박만 하고서 그라나다(Granada)로 떠났다. 네르하에서 그라나다로 가는 버스에서 반짝반짝이는 지중해와 하얀색 마을들이 이어지는 풍경을 보며 떠나는게 몹시 아쉬웠지만, 여행 출발 전부터 기대했던 그라나다를 간다는 설레임이 미련을 떨치게 해주었다. 오래전에 프란시스코 타레가의 ‘알함브라 궁전의 추억’ 이라는 연주곡을 듣고 클래식 기타를 배우려고 수 개월간 노력했던 적이 있다. 오직 ‘알함브라 궁전의 추억’을 연주할 수 있을 정도만 기타를 익히고자 했지만 ‘알함브라 궁전의 추억’은 그리 만만한 곡이 아니었다. 타레가가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에 가슴아파하다가 알함브라 궁전.. 2015. 10. 16. [스페인] 네르하 : 추억은 다르게 적힌다 스페인 남부의 코스타 델 솔에서 가장 인기있는 곳을 꼽으라면 아마도 네르하(Nerja)가 아닐까? 하얀색의 건물이 투명한 지중해를 향해 절벽위에 빼곡히 모여있는 아기자기한 작은 도시. 아마도 바다 멀리서 보면 해안 절벽끝에 옹기종기 모여있는 햐얀 갈매기떼처럼 보일 것만 같다. 네르하의 중심지에서 해변을 향하는 절벽에는 ‘유럽의 테라스’라고 불리는 바다 전망대가 있다. 1885년 알폰소 12세가 국왕으로 재위하던 시절에 네르하를 방문하고 여기서 바라보는 지중해의 절경에 반해서 유럽의 테라스라고 .. 2015. 10. 14. [스페인] 말라가 : 일요일은 말라가 데이~ Costa del Sol, 스페인어로 태양의 해변이라는 뜻으로 스페인 남부 해안선을 일컬는 말이다. 코스타 델 솔의 가장 중심이 되는 도시가 말라가(Malaga)를 찾아갔다. 연중 맑은 날이 평균 300일이 넘는다고 하는 날씨 좋기로 유명한 이 곳에 머무는 3일 동안... 비가 왔다. 이 동네에서 비오는 것을 보기가 그렇게 힘들다는데, 난 첫방문에 3단 콤보를 만났으니 운이 좋은건가? 아님 억세게 나쁜건가? 다행히 폭우는 아니었고 그나마도 하루종일 계속 내리는 비가 아니라서 간간이 비를 피하면서 돌아다닐 수 있었지만, 여행기를 쓰려고 사진을 고르다 보니 죄다 우중충한 사진 뿐이었다. 역시 풍경사진은 파란하늘를 배경으로 깔아야 살아나는 듯 하다. 여행지에 대한 느낌의 8할은 날씨가 좌우하는게 아닐까 싶다... 2015. 10. 12. [스페인] 론다 : 론다에서 놀다 모로코 탕헤르에서 페리를 타고 지브롤터 해협을 건너 드디어 스페인에 도착했다. 알헤시라스에 도착해서 숙소에 체크인을 하자마자 가장 먼저 한일은 삼겹살 구이와 맥주 한잔. 이슬람 국가인 모로코를 여행하던 보름동안 돼지고기와 맥주가 어찌나 먹고 싶던지. 불현득 터키 여행 중에 돼기고기 먹으러 불가리아로 넘어갔던 기억이 떠올랐다. 이슬람 국가를 벗어나면 돼지고기 파티를 하는 것이 우리들의 행사가 되버렸다. 그렇게 지척에 있는 스페인 안의 영국땅 지브롤터 여행도 포기하고 돼지고기 맛에 흠뻑 취해서 하루밤을 보냈다. 알헤시라스에서 기차를 타고 2시간 떨어진 거리의 론다(Ronda)에 도착했다. 알헤시라스는 관광도시라기보다는 산업도시같은 분위기라서 못 느꼈었는데, 론.. 2015. 10. 10. [모로코] 탕헤르 : 택시 트래블 트러블 쉐프샤우엔에서 버스를 타고 모로코의 마지막 여행지 탕헤르(Tangier)로 향했다. 지브롤터 해협의 길목에 있는 이 곳을 스페인어로 탕헤르, 프랑스어로는 땅제, 영어로는 텐지어로 불리는 만큼 제국주의 시대에 많은 열강들이 탐을 내던 땅이다. 탕헤르에서 스페인까지는 배로 30분 정도 거리로 날씨가 좋을 때는 바다 건너 스페인이 보일 정도로 가까워서 많은 여행자들이 스페인으로 이동하기 위한 관문으로 탕헤르를 찾는다. 나 또한 탕헤르에서 며칠간 머물다가 페리를 이용해서 스페인으로 넘어갔다. 탕헤르에 도착하자 마자 미션이 시작됐다. 당연히 시내 중심에 있는 버스터미널일 줄 알고 나왔더니 예상에서 많이 벗어난 시 외곽이었다. AirBnB를 .. 2015. 10. 7. 이전 1 2 3 4 5 6 ··· 20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