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sta del Sol, 스페인어로 태양의 해변이라는 뜻으로 스페인 남부 해안선을 일컬는 말이다. 코스타 델 솔의 가장 중심이 되는 도시가 말라가(Malaga)를 찾아갔다. 연중 맑은 날이 평균 300일이 넘는다고 하는 날씨 좋기로 유명한 이 곳에 머무는 3일 동안... 비가 왔다. 이 동네에서 비오는 것을 보기가 그렇게 힘들다는데, 난 첫방문에 3단 콤보를 만났으니 운이 좋은건가? 아님 억세게 나쁜건가? 다행히 폭우는 아니었고 그나마도 하루종일 계속 내리는 비가 아니라서 간간이 비를 피하면서 돌아다닐 수 있었지만, 여행기를 쓰려고 사진을 고르다 보니 죄다 우중충한 사진 뿐이었다. 역시 풍경사진은 파란하늘를 배경으로 깔아야 살아나는 듯 하다.
여행지에 대한 느낌의 8할은 날씨가 좌우하는게 아닐까 싶다. 아무리 아름다운 곳이라도 춥고 비오면 그저 그런 관광지로 기억에 남게 되고, 보잘 것 없는 시골풍경이라도 선선한 날씨에 쨍한 햇살 아래라면 그림같은 전원 풍경의 여행지로 새겨지는 것 같다. 그런 의미에서 말라가는 정말 아름답고 매력적인 도시임은 분명하지만 희뿌연 하늘 때문에 내 마음에도 회색빛의 도시로 기억될 듯 하다.
< 알카사바에서 내려다 본 말라가 시내. 날씨 탓에 우울해 보인다. >
< 말라카 구시가지는 보행자 천국. 그 중 가장 유명한 마르퀴스 거리 >
< 고급 요트나 크루즈가 정발하는 말라가 마리나 >
말라가는 날씨와 아름다운 해변보다 파블로 피카소의 고향으로 더 유명한 곳이다. 광장에 있는 피카소 생가와 부에나비스타 궁전에 자리잡은 피카소 미술관 만으로도 말라가는 충분히 머물만한 가치가 있는 곳이다. 그리고 구시가지 한 가운데 위치한 미완성의 말라가 대성당, 말라가 시내와 지중해가 내려다 보이는 언덕에 올라앉은 이슬람 성채인 알카사바도 여느 도시에서 보기 어려운 놀라운 문화 유산이다. 과거에 로마와 이슬람의 지배를 받았었던 도시답게 곳곳에 역사적인 건축물과 흔적들이 남아있고, 피카소의 고향답게 곳곳에 미술관과 갤러리가 있어서 여행자의 발길을 잡는다. 이 모든 것을 공짜로 입장할 수 있었으니...
< 미완성이 외부보다 내부가 무척 화려했던 말라가 대성당 >
< 카톨릭 국가인 스페인 안의 이슬람 흔적인 알카사바 >
< 피카소의 고향답게 골목골목마다 벽화가 가득하다. >
유럽을 여행하면서 일정 계획을 세울 때 꼭 고려하는 사항이 일요일이었다. 일요일이면 왠만한 상점들은 문을 닫고 간혹 관광 명소도 입장이 제한되는 경우가 있다. 특히 카톨릭 국가인 스페인은 일요일은 거리가 한산할 정도로 많은 곳이 문을 닫는다. 매일 놀고 있는 여행자가 일요일이라고 ‘오늘은 휴일이니 호텔에서 쉬자’ 이럴 수는 없으니 보통은 공원이나 자연 경관을 찾아간다. 하지만 말라가에서는 일요일의 한산한 도시에 방황하는 여행자들을 위해 대부분의 미술관, 박물관 등을 무료로 개방한다. 스페인의 다른 도시에도 시간을 정해두고 무료로 개방한다고 들었는데, 말라가에서 그 혜택을 받게 되니 주머니가 가벼운 배낭여행자에게 얼마나 반가운지 모르겠다. 비록 날씨 때문에 아름다운 해변을 즐길 수 없었지만, 대신 일요일의 혜택 덕분에 입장료 부담없이 피카소의 작품을 감상하고 이슬람 시대에 지어진 고성에도 올라볼 수 있었다.
*** 말라가 여행 Tips ***
Tip 1. 일요일 무료 개방 리스트
- Alcazaba : 14시 ~ 20시
- Castillo de Gibralfaro : 14시 ~ 19시 30분
- Catedral : 14시 ~ 18시
- Casa Natal Picasso : 하루 종일
- Museo Picasso Malaga : 폐장 직전 2시간
- Museo Carmen Thyssen: 17시 ~ 19시 30분
- Centro Pompidou : 16시 이후
- Museo Ruso : 16시 이후
- Museo Patrimonio Municipal : 하루 종일
- CAC : 하루 종일
- Museo Revello de Toro : 10시 ~ 14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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