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행기에서 내려다 본 카트만두의 야경은 아늑하고 소박한 분위기였다. 전력 사정이 좋지 않은 네팔이다 보니 가장 번화한 수도임에도 화려한 네온사인을 찾아보기 힘들다. 노란색 백열등이 점점이 흩어져 있는 모습이 별빛이 내려와 앉아 있는듯한 모습이었다. 카트만두에 대한 애틋한 이미지는 딱 여기까지...
비행기에서 내려 공항으로 들어서면서부터 현실이 시작됐다. 낡은 공항 청사는 놀랍지 않았지만, 여유롭다 못해 느려터진 입국 절차는 할 말을 잃게 만들었다. 입국신고서와 비자신청서를 작성하는 공간에는 수 많은 여행자들이 앉아서, 바닥에 업드려서, 벽에 기대서 시장통을 이루고 있었고, 비자비용을 내기 위해서 1시간에 가깝게 줄을 서야 했다. 간신히 입국 심사를 마치고 수화물을 찾으러 갔다. 비행기에서 내린지 1시간이 지났기에 이미 짐이 나와있을줄 알았는데, 또 한참을 기다려서야 내 배낭을 찾을 수 있었다. 공항에서 2시간의 사투 끝에 공항을 빠져나오니 이번에는 구름떼같은 택시와 호텔 호객꾼이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암! 이래야 네팔이지.
< Welcome to Nepal >
< 혼돈의 네팔 입국장 >
우여곡절 끝에 예약한 호텔 직원을 만나서 또 다시 한참을 기다려 밴을 타고 여행자 거리인 타멜지역으로 향했다. 나무 태우는 매퀘한 연기로 가득한 밤거리를 작은 밴은 아슬아슬 곡예운전을 하고 있었다. 중앙선 따위는 없었다. 폭풍의 레이싱을 하다가 결국 경찰에게 잡혔는데, 아무래도 과속 딱지를 떼인 듯 했다. 이런 도로 환경에서도 단속을 한다는 사실이 놀라웠고, 뭐라 욕을 하긴 하는 듯하지만 뒷돈이 아닌 면허증을 제시하는 모습에 인도와는 다르구나 생각했다. 이 생각도 딱 여기까지...
저녁 7시반에
비행기에서 내렸건만 숙소에 도착하니 11시가
다 되어갔다.
첫 번째 목적지에 첫 숙소라고 나름
배낭여행자 수준에 비해 비싼 호텔을 예약했는데,
허름한 호텔 외관을 보고 예약 사이트에
제대로 속았구나를 느끼며 체크인을 위해 카운터로
향했다.
3박을 예약했는데,
왠일인지 매니저는 옆 건물에서 하루
밤만 지내고 내일 옮겨달란다.
왜 그래야 하는냐 싸울 힘도 없을 정도로
지쳐서,
‘그래,
이 나라에선 이럴 수도 있지.’
하며 마음을 다스리며 그렇게 하겠다고
했다.
배낭을 들고 따라 나서는데 옆 건물이
아니라 같은 골목에 있는 다른 숙소였다.
슬슬 분노게이지가 오르다가,
방을 보는 순간 게이지에 MAX
불이 들어왔다.
내가 기대한 최하 수준을 넘어선 형편없는
방이었다.
막 필살기 시전 불평을 터트리려는 순간,
화장실을 살펴보던 와이프가 먼저
폭발했다.
우리 짐을 나눠들고 방을 안내했던
직원에게 따라나오라며,
호텔 로비에서 쩌렁쩌렁하게 ‘사장
개새끼 나오라 그래!!’
시전했다.
매니저는 능글능글한 웃음을 지으며,
방이 없으니 사정을 좀 봐달란다.
어!
익숙한 저 표정과 이 상황,
인도 여행에서 수없이 경험했던 황당한
순간들이 떠올랐다.
여기도 인도랑 크게 다르지 않구나.
한달전에 예약하고 결제도 마쳤는데,
왜 방이 없냐고 따지니,
손님 한 명이 갑자기 연장을 해 버렸단다.
로비에 배낭을 깔고 드러누워 환불 안
해주면 여기서 자겠다고 나서니,
그제서야 슬그머니 방이 하나 있는데
한번 알아보겠단다.
결국 우리는 호텔에서 제일 좋은
스위트룸(?)에서
하루를 보내고 내일 방을 옮기는 것으로 합의를 봤다.
이 놈들 일부러 오버부킹해서 장사
안되는 다른 숙소에 하루 팔아 먹으려다 더 비싼 방을
뺐긴 셈이다.
< 문제의 그 방 >
방에 와서도 이들의 괘씸한 처사에 화를 내다가 문득 아까 우리를 픽업해주었던 직원의 말이 떠올라서 실소를 터뜨렸다. 그는 우리를 호텔에 내려주면서 ‘좀 있다가 중국인 커플이 오는데, 걔 네 데리러 갔다올께~'
Start Round 2 !!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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