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트라(Petra)! 그 이름만으로도 수많은 여행자의 마음을 설레이게 하는 그 곳! 굳이 ‘인디아나 존스’, ‘세계 7대 불가사의’를 들먹이지 않더라도 누구나 한번쯤은 가보고 싶어하는 그 곳!
나도 이번 여행에서 꼭 가보고 싶은 곳 중에 한 곳이었기에 큰 기대를 하고 페트라를 향했다. 암만에서 새벽에 버스를 타고 3시간 정도 남쪽으로 달려서 와디무사라는 페트라로 들어가는 관문도시에 도착했다. 페트라의 인기에 기대어 엄청나게 상업화되어서 기념품 가게와 레스토랑이 즐비하고 호객행위로 길을 걷기 힘들지 않을까 했던 걱정했었는데, 페트라의 명성에 비해 와디무사는 소박한 시골동네 같은 모습이었다. 오히려 적당한 식당과 숙소를 찾기 힘들어서 불편을 느낄 정도였다. 게다가 요즘 IS의 활약으로 인해 중동 정세가 불안정해서 관광객이 많이 줄어서 여행자도 많지 않았다. 덕분에 호젓하게 페트라를 감상할 수 있었지만, 동내 분위기는 우중충했다.
페트라에 도착하기 전까지만 해도 흔히 보물창고라고 알려져 있는 ‘알 카즈네(Al Khazneh)’와 그 곳을 이르는 좁은 협곡인 ‘시크(Siq)’ 정도 밖에 몰랐는데, 사실 페트라는 이집트와 페니키아, 아라비아를 잇는 대상들이 지나가는 길목에 고대 나바테아인이 건설한 거대한 도시이다. 페트라에 입장해서 황량한 계곡을 따라 내려가면 그 유명한 협곡길 시크가 나타난다. 부드러운 사암에 우기에 불어난 물이 흐르면서 만들어진 자연이 만든 걸작품이다. 아름다운 자연의 작품을 감상하며 시크를 따라서 걷다보면 좁은 계곡의 틈으로 조금씩 ‘알 카즈네’가 보이기 시작하는데, 바로 이 시점이 페트라에서 가장 황홀한 순간이 아닐까 싶다. 마치 내가 인디아나 존스의 탐험가가 되어 놀라운 보물을 발견하는 듯한 짜릿한 기분을 느낄 수 있다. 시크를 완전히 빠져나와 알 카즈네 앞에 서면 붉은 바위를 파내서 만든 엄청난 건축물에 부족한 글재주로는 감히 표현조차 하기 어려운 위암감과 숭고함을 느끼게 된다. 페트라의 하이라이트라고 할 수 있는 시크와 알 카즈네는 자연이 만든 극치의 아름다움과 인간이 만든 절정의 예술을 동시에 만날 수 있어 다른 여행 명소에서보다 풍성한 감정에 빠지게 되는 것 같다.
< 알 카즈네로 이르는 시크 >
< 페트라의 얼굴, 알 카즈네 >
알 카즈네를 지나 페트라 고대 도시로 향하는 길에도 좌우 바위산에 알 카즈네에 준하는 엄청난 건축물이 즐비하고 거의 무너지고 폐허 상태이긴 하지만 페트라 도시 유적도 여느 유적지 못지 않게 인상적이다. 하지만 알 카즈네 만큼이나 환상적인 유적이 있으니, 바로 수도원으로 불리는 ‘알 데이르(Al-Deir)’ 되시겠다. 알 데이르에 이르는 길은 그리 만만하지 않다. 페트라 입구에서부터 뜨거운 태양 아래 1시간 가량 걸어서 알 데이라 입구에 도착했을 때는 이미 사막의 더위에 지쳐있겠지만, 알 데이르로 가는 길은 이제 시작이다. 황량하고 험준한 협곡을 따라 800여개의 계단과 오르막을 1시간 가량 걸어올라 가야 그 유명한 수도원을 볼 수 있다. 이 힘든 길을 조금이나마 편하게 가려고 많은 사람들이 당나귀의 등을 빌려 올라가지만, 내 욕심을 채우러 가는 길에 당나귀의 힘을 빌리고 싶지 않았다. 그렇게 내 힘으로 힘들게 올라가서 마침내 알 데이르를 보는 순간 모든 피로가 사라지고 행복감에 젖을 줄 알았지만, 막상 도착하니 알 카즈네와 비슷하게 생긴 녀석이 ‘짠! 나 보려고 이렇게 힘들게 온 겨?’ 하는 듯해서 약간 배신감이 느껴졌다. 물론 거대한 바위 산을 깍아서 만든 위대한 건축물임에 틀림없고 인간의 솜씨라는게 믿기지 않을 만큼 놀라웠지만 올라오는 길이 힘들었던 만큼 큰 기대를 했었던 것 같다.
하지만 그 기대에 대한 보담은 알 데이르가 아닌 다른 곳에서 찾을 수 있었다. 알 데이르를 좀 더 멋지게 보고 싶다는 심산으로 반대편 언덕을 오르다 보니 저 멀리 길가에 아무렇게나 쓴 글씨로 ‘Best view point’ 라는 나무판이 보였다. 아무도 가지 않는 듯 해서 망설여졌었는데, 속는 셈치고 가보자는 생각으로 언덕을 넘어 절벽 끝을 향해 갔다. 절벽 끝에는 요르단 국기가 펄럭이는 허름한 천막이 있었고 나이든 베두인족 할아버지가 비스듬히 누워서 물끄러미 날 바라보고 있었다. 조심조심 천막으로 가서 절벽 아래를 바라보는 순간, 숨이 멎을 만큼 놀라운 풍경에 아무말도 할 수가 없었다. 거대한 협곡과 장암한 산이 펼쳐진 풍경은 마치 지구의 모습이 아닌 듯한 착각마처 불러일으켰다. 압도적인 모습의 대자연을 마주하고 있으니 내 자신이 한없이 초라한 미물이라는 느낌이 들면서 알 수 없는 두려움이 밀려왔다. 카메라로 그 장관을 그 느낌을 담아보려고 아무리 노력해도 도저히 표현할 방법이 없었다.
< 페트라 시티로 향하는 길의 무덤군 >
< 고대 페트라 시티 유적 >
< 외계 행성같은 페트라 >
< 당나귀 응가가 즐비한 알 데이르로 가는 길 >
< 페트라 가장 깊은 곳에 있는 알 데이르 >
이 글에서는 적지 않았지만 이틀 동안 구석구석 돌아본 페트라는 어느 한 곳도 그냥 지나칠 수 없을 만큼 놀라웠고 많은 생각을 불러 일으키는 신비로운 곳이었다. 고대 유적지 사이를 걸을 때는 2000년 전의 과거로 시간여행을 떠난 듯한 기분이, 붉은 사암의 황량한 그 바위산 위를 걷고 있을 때는 마치 외계 행성에 홀로 남겨져 방황하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페트라 안에 있었던 이틀 동안은 시공간을 초월해서 새로운 세상을 다녀온 듯 했다.
------------------- < 절취선 >-------------------
자. 그럼 페트라 예찬은 이쯤하고 이제부터 페트라의 다른 면에 대해서 얘기해 보겠다.
먼저, 엄청난 가격의 입장료 얘기를 안 할 수가 없다. 지구상에서 가장 입장료가 비싼 유적지라는 페트라는 1일권 50JD(약 83000원)이고 나는 2일권을 끊어서 9만원이 넘는 입장료를 냈다. 요르단에 체류하지 않고 이집트나 이스라엘에서 당일치기로 여행하는 경우 90JD로 한화로 약 15만원 정도이니 엄청나게 비싸다. 비싼 입장료를 지불할 만한 값어치가 있을까? 그것은 각자의 판단에 맡겨야겠지만, 페트라에서 내내 감탄과 감동이 도가니탕에 빠져 있었던 나의 기준에도 실질적인 볼거리나 편의 시설에 비해 많이 비싸다는 생각이 든다.
사진과 영상으로만 페트라를 본 사람들은 절대 알 수 없는 것이 있다. 그 아름다운 알 카즈네 앞은 낙타와 당나귀, 말의 배설물과 고운 모래 먼지로 숨쉴 때마다 괴로움을 느끼게 된다. 그리고 수도원을 올라가는 언덕길에서도 끊임없이 당나귀 응가를 만나게 된다. 동물들의 변을 치우는 청소요원이 열심히 치우고 있지만 공급의 주체가 월등히 많기에 어디서나 따끈따끈한 응가과 향기로운 냄새를 즐길 수 있다.
그리고 유명 관광지에서 빼놓을 수 없는 호객행위. 보통의 관광지는 유적지 입구에 기념품 가게와 레스토랑에서 손님을 끌기 위한 치열한 호객행위가 있는데, 페트라는 오히려 입구 앞 거리는 한산한 편인데 페트라 내부에 있는 낙타, 당나귀 몰이꾼과 마차꾼 들이 끊임없이 탈 것을 요구한다. 엄청난 가격의 입장료에는 당나귀나 말을 타는 비용이 포함되어 있다고는 적혀있지만, 그것과 전혀 상관없이 팁을 줘야 하기에 사실상 입장료와는 별개의 이야기가 되버렸다.
유명 여행지를 갈 때마다 느끼는 점이지만, 어느 곳이나 아름다운 모습과 숨기고 싶은 모습을 모두 가지고 있다. 하지만 여행 소개 프로그램이나 여행기, 가이드북에는 주로 좋은 면이 부각되어 표현되기에 그곳을 직접 여행하게 되면 기대와 다른 모습을 발견하게 된다. 그 다양한 진짜 여행지의 모습을 보고 받아들이는 과정이 여행자 만이 느낄 수 있는 특권이 아닐까 싶다.
*** 페트라 여행 Tips ***
Tip 1. 암만에서 오전 6시에 출발하는 JEET 버스를 타면 10시 이전에 페트라에 도착한다. 체력에 자신있다면 부지런히 돌아보고 오후 4시에 암만으로 향하는 JETT를 탈 수도 있으니, 일정이 짧은 여행일 경우 시도해 볼만 하다. 6시간 정도면 알 데이르까지도 충분히 다녀올 수 있는 시간이다.
Tip 2. JEET 버스는 페트라 정문에, 로컬버스는 와디무사 버스터미널에 내려준다. 와디무사에 숙소를 잡을 여행자라면 로컬버스를 타고 가는 것이 더 편할 수도 있다.
Tip 3. 와디무사에서 페트라까지는 계속 내리막길이라서 15분 정도 걸으면 어렵지 않게 갈 수 있으나, 관람을 마치고 페트라에서 와디무사로 돌아갈 때는 지친 몸으로 오르막을 계속 올라가기가 힘들 수도 있다. 페트라에서 와디무사까지 적정 택시비용은 2JD, 히치하이킹이나 1JD 정도의 사례를 하고 현지인 차를 얻어타는 방법도 있다. 와디무사에 있는 일부 호텔은 셔틀버스를 운행하기도 하니 예약과정에서 확인해두자.
Tip 4. 반드시 충분한 물과 간식을 준비하자. 페트라 안에도 몇몇 카페가 있긴하지만, 비싸고 불친절하다. 고온 건조한 기후 탓에 땀이 나자마자 말라버리기 때문에 수분을 꾸준히 섭취해주어야 한다. 수도원으로 올라가는 입구의 길에서 얼음물과 탄산음료를 파는 베두윈 사람들이 있는데, 그냥 지나치지 말고 가격을 물어보자. 페트라 내의 카페나 정문에 있는 슈퍼보다 싸게 파는 경우가 있다. 수도원 가는 길에는 물이 꼭 필요하다.
Tip 5. 아침 일찍 시크를 걸어보자. 관광객도 없고 호객하는 낙타몰이꾼도 마차도 없이 조용하게 신비로운 협곡을 즐길 수 있다. 해가 진 후의 페트라는 매우 위험하다고 알려져 있으니 늦지 않게 빠져나온 후에 와디무사에서 페트라를 배경으로 석양을 감상하자. 황량한 바위산의 실루엣으로 붉은 노을이 지는 모습은 눈물나게 아름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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