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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

[요르단] 제라쉬 : 로마제국 유람기


암만에서 북쪽으로 약 48km 떨어진 곳에 제라쉬(Jerash)라는 고대 로마의 유적지가 있다. 1~3세기 로마제국의 동방거점 도시로 형태가 굉장히 잘 보존되어 있어서 암만을 방문하는 여행자들이라면 꼭 찾아가는 곳 중에 하나이다. 보통은 호텔이나 여행사에서 운영하는 일일 투어 프로그램을 이용하면 암만 인근의 명소를 포함해서 알차게 방문할 수 있으나, 우리는 대중교통을 이용하여 아주 값싸게 제라쉬를 다녀왔고 저가 자가 투어의 댓가 또한 톡톡히 치렀으니...


다운타운에서 합승택시를 타고 북부터미널로 가서 다시 제라쉬행 미니버스로 갈아타고 1시간 가량 달리니 저 멀리 거대한 개선문이 보였다. 버스 운전사에게 ‘스탑! 스탑!’을 외쳐 내려서 입장권을 끊고 하드리아누스의 개선문을 지나 도시 내부로 들어갔다. 이탈리아 밖에 있는 로마 도시 유적 중에 도시형태가 가장 잘 보존되어 있다는 제라쉬는 입구에서부터 원형 경기장과 상점이 늘어서 있고, 거대한 석주로 둘러싸인 광장을 중심으로 언덕 위에는 신전과 그 아래에 로마식 극장이 원형에 가까운 모습으로 있었다. 특히 광장에서 시작하여 북문까지 이르는 대로의 좌우로 석주가 길게 서 있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 제라쉬로 들어가는 입구, 하드리아누스 개선문 >

 

< 제라쉬의 정치, 문화의 중심지였다는 광장 > 

 

< 광장을 내려다 보는 제우스 신전, 역시 폐허는 흐린날이 제맛 >

 

< 5000여명을 수용할 수 있는 극장, 요즘도 가끔 공연을 한단다. >

 

< 제라쉬의 최고 명소 열주 거리 > 

 

 

포로로마노, 폼페이, 에페소스, 제라쉬 등의 고대 로마 유적지는 공통적으로 폐허의 가까운 모습을 하고 있다. 지진, 화산과 같은 자연재해와 전쟁, 세월의 무게 등으로 인해 대부분 무너지고 기둥과 벽의 일부, 건물의 기초와 도로 정도만 남아있다. 나와 같은 무지렁이가 봤을때 그저 돌무더기일 뿐이지만 그 옛날 로마 제국 시절에는 화려한 건축물과 수많은 사람이 오가는 도시의 한가운데 였으리라.


여행을 다니면서 이런 폐허 유적지를 방문할 때마다 나름대로의 관람의 기술이 생겼다. 일단 로마 배경의 영화나 드라마를 미리 보고 상상력의 재료를 준비한다. 그리고 가능하면 가이드북의 시시콜콜한 역사적인 설명은 뒤로하고 현장에서 눈앞에 펼쳐진 무너진 유적지를 나의 상상력으로 복원한다. 그렇게 마음의 눈으로 복원된 유적지를 보면 마치 로마 제국으로 여행을 떠난 기분이다. 대로변에 길게 늘어선 상점 터에서 온갖 향신료와 채소, 고기 등을 파는 상인과 손님의 실랑이를 볼 수 있고, 반원형 로마식 극장에는 가득한 관객과 서사시에 맞춰 열연하는 배우가 보이는 듯 하다.

 

 

 

< 지진도 버티고 수천년을 서있는 기둥 > 

< 역시 로마 유적답게 수도 시설은 대단하다. >

 

그렇게 유적지의 돌무더기와 나의 상상력이 더해진 로마 시대 여행을 마치고 다시 2015년의 현실로 돌아왔다. 어떻게 암만 다운타운에 있는 호텔로 돌아갈 것인가? 당연히 왔던 길의 역순으로 가면 되는데 현실을 그렇지 않았다. 아침에 버스를 갈아탔던 북부터미널로 가려고 탄 미니버스는 갑자기 낯선 동네에서 여기가 다운타운으로 가는 버스를 타기 쉽다며 우리를 등떠밀어 내려놨다. 영어 한마디도 안 통하는 버스 승강장에서 ‘다운타운, 로만씨어터’만 외치며 간신히 버스를 탔다. 그러나 잠시후 차장은 버스비만 받고는 또 다른 낯선 동네에 우리를 등떠밀며 ‘저 모퉁이만 돌면 다운타운이야’ 라며 떠나버렸다. 엎친데 덮친격으로 스마트폰에 GPS도 동작하지 않아서 구글님의 도움조차 받지 못하고 버려졌다. 일단 걸어가다 보면 나오겠지하는 생각에 걸으면서 지나가는 행인에게 길을 물었지만, 하나같이 택시타라는 대답만 돌아왔다. 투어비용 절약하려고 버스 타고 간 제라쉬인데 택시를 타고 돌아가려니 자존심이 상했다. 결국은 한참만에 저렴한 합승택시를 타고 다운타운을 향했다. 그러나 합승택시마저 우리를 다운타운에서 20여분 떨어진 거리에 버려두고 떠났으니... 강호의 도리가 땅에 떨어졌구나. 저가 자가 제라쉬 투어의 끝은 저가 암만 시티 투어가 되버렸다.


비록 돌아오는 길이 순탄치 않았던 제라쉬였지만 그래도 2000년 전으로 갔다온 여행길인데 이정도면 훌륭하지 않은가?

 

 

*** 제라쉬 여행 Tips ***

 

Tip 1. 호텔이나 여행사를 통해 투어 프로그램을 이용하면 제라쉬와 움카이시, 아즐룬성을 하루에 돌아볼 수 있다. 투어비용은 20JD (2015년 5월 기준)

 

Tip 2. 제라쉬를 대중교통으로 찾아가는 방법

암만 다운타운의 골드 수크 뒷길에서 합승택시를 타고 북부터미널로 향한다. '무쟈마 샤말'로 가자고 하면 다들 알아듣는다. 요금은 0.5JD/person. 북부터미널에 가면 어렵지 않게 제라쉬행 미니버스를 찾을 수 있다. 제라쉬행 미니버스는 승객이 가득차야 출발한다. 요금 0.8JD/person, 1시간 소요. (2015년 5월 기준)

 

Tip 3. 제라쉬 내부에는 매점이 없으니 간식을 준비하자. 북부터미널에는 도시락으로 들고 갈만한 음식을 파는 상점이 많다. 치킨랩 종류는 1JD 면 충분하다. 제라쉬 안의 제우스 신전 앞 벤치에서 먹는 점심은 최고의 전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