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라케시에서 이슬람 문화권으로 복귀식을 마치고 모로코의 수도 라바트(Rabat)로 이동했다. AirBnB를 통해서 NGO에서 활동 중인 미국인 커플 에밀리와 쾅의 아파트에 나흘간 머물면서 당일치기로 카사블랑카(Casablanca)에 다녀왔다. 라바트에서 카사블랑카까지는 해안선을 따라 기차로 딱 1시간 거리이다. 전쟁으로 인해 실제 촬영은 모로코가 아닌 헐리우드에서 했지만, 많은 사람들이 영화 제목으로 기억하는 도시인 카사블랑카는 스페인어로 ‘하얀집’이라는 의미인 예쁜 이름을 가진 도시이자 모로코에서 가장 큰 도시이다.
여느 식민 도시와 마찬가지로 현지 문화에 융화돤 서양식 건축물들을 기대하고 도착한 카사블랑카는 초현대식 기차역을 만나면서부터 나의 기대와 멀어졌다. 최신식 공항을 방불케하는 잘 만들어진 기차역을 나가자 항구에는 초대형 크루즈가 정박해 있고, 해변을 따라 만들어져 있는 성벽안으로는 낡디 낡은 건물들이 다닥다닥 붙어있는 메디나가 형성되어 있었으며 그 주변으로 고층 빌딩과 유럽 체인 호텔들이 메디나를 내려다 보고 있었다. 시선을 돌릴 때마다 모로코가 보이기도 하고 프랑스가 보이기도 하니 묘한 기분이었다.
< 공항보다 화려한 카사블랑카 Casa port 역 >
기차역에서 메디나를 거쳐 카사블랑카에서 가장 유명한 랜드마크인 하산 2세 모스크로 향했다. 세계에서 3번째로 크다는 거대한 모스크와 세계에서 가장 높다는 미나렛(이슬람 사원의 탑)이 비현실적인 모습으로 바닷가 끝에 자리잡고 있었다. 걸어오면서 봤던 카사블랑카의 모습과는 전혀 다른 풍경들이 눈에 들어왔다. 방금 전까지 지나온 메디나 안의 마치 빈민촌 같은 곳에서 살고 있던 사람들의 모습을 보다가 길 하나만 넘어서 있는 어마어마한 규모의 모스크와 대리석이 깔린 넓은 광장과 화려한 부속 건물을 보고 있자니 ‘과연 무엇을 위한 누구를 위한’ 종교 시설인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하산 2세 모스크는 지금 국왕의 아버지였던 하산 2세가 무려 8억 달러를 들여서 세웠다는데 그 과정에서 재정난이 발생해서 국민들에게 강제로 돈을 걷어서 완성한 건물이다. 가치 판단이야 그들의 몫이지만, 단순히 객의 눈으로 봤을 때는 허름한 구시가지 옆에 게다가 가난한 국민의 돈을 모아서 세운 화려하고 거대한 모스크는 뭔가 불편해 보였다.
< 엄청난 규모의 하산 2세 모스크, 지붕이 개폐되고 대리석 바닥에 열선도 깔려 있다는 모스크의 결정판 >
하산 2세 모스크를 보고는 그만 발길을 돌려 기차역으로 돌아왔다. 굳이 프랑스도 아닌 모로코도 아닌 모습의 복잡한 도심을 돌아보고 싶은 생각도 없었고, 해변 휴양지를 찾아 가보고 싶지도 않았다. 마라케시에 있을 때 시작했던 이드 아드하 축제 기간이 아직 끝나지 않아서 거리에 상점과 레스토랑은 거의 다 문을 닫은 상태였기에 딱히 앉아서 쉴 만한 곳을 찾기도 어려웠기에 기차 시간을 바꿔서 라바트로 일찍 돌아왔다. 라바트로 돌아가는 기차의 창밖으로 쓰러져가는 집들과 가시가 가득한 선인장 열매를 따는 어린아이들의 모습이 보이는데 자꾸만 거대하고 화려한 하산 2세 모스크가 떠올랐다.
*** 카사블랑카 여행 Tips ***
Tip 1. 카사블랑카와 라바트는 숙박비가 다른 지역에 비해 비싼 편이다. 두 도시는 30분 간격으로 운행하는 기차를 타면 1시간만에 갈 수 있으므로, 한 곳에 머물면서 당일치기 여행을 해보자. (편도 35 DH, 2015년 9월)
Tip 2. 카사블랑카에는 기차역이 두 곳이다. 본문의 기차역은 Casa port 역으로 바닷가에 위치하고 있고, Casa Voyageurs 역은 도심에서 약간 떨어져 있다. Casa Voyageurs 역에 내리게 되면, 바로 앞에 트램을 이용하여 도심으로 이동할 수 있다.
Tip 3. 하산 2세 모스크 주변에는 식당이 거의 없다. 관광명소라고 생각하고 주변에서 식사를 할 계획은 접어두자. 대신 간단한 간식을 준비하면 모스크 주변의 해변에서 대서양을 바라보며 여유를 즐길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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