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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일주 준비

[D-8] 자동차 & 집 정리하기


이제 1주일만 지나면 세계일주 출발이다. 그러면 적어도 1년 반 이상을 이곳을 떠나 있어야 하기 때문에 차와 집의 정리가 필요하다. 타던 차는 그냥 팔면 되지만, 집을 어떻게 해야 하는 가에 대한 문제는 여행을 준비하는 내내 고민거리였다.


멀쩡한 집을 사람 없는 빈집으로 두고 가려니, 왠지 아까운 생각이 들어서 올해 초에 팔기 위해 부동산중개소에 내놨었다. 그런데 갑자기 내가 살고 있는 지역의 부동산 시장에 영향을 주는 여러가지 변수들이 터져나오는 바람에 매도에 실패했다. 전세나 월세로 놓고 나가자니 집안에 모든 짐을 어딘가에 보관해야 하는데, 그 비용도 만만치 않았다. 그리고 결정적으로, 여행을 준비하는 지금 시기, 여행을 마치고 돌아와서 휴식을 가질 곳, 여행 중에 갑자기 귀국해야 하는 일이 발생했을 때 마음 편하게 머물 곳이 필요하다는 생각에 집은 그냥 두고 떠나기로 했다. 다행히 집 근처에 동생이 살고 있어서 자주 봐줄 수 있고, 우리가 없을 때에 집을 관리해 주겠다는 이웃이 있어서 안심하고 갈 수 있겠다.


다음은 자동차 매매. 늘 팔아야지 말하면서 이번 주만 쓰고 팔까? 이러면서 차일피일 미루다가 오늘까지 왔다. 이제 더 이상 미룰 수가 없어서 냉큼 실행에 옮겼다. 직거래하기에는 매수자를 찾을 만한 시간이 없어서 그냥 중고차 거래업체를 이용하려고 알아봤다.


엄청나게 많은 업체와 광고의 홍수에 어떻게 해야 할지 갈피를 못 잡고 있던 중에 현대글로비스에서 운영하는 내 차팔기 서비스인 Autobell을 알게 되었다. 전화 한 통이면 집으로 방문에서 차량가를 평가하고 매매까지 할 수 있다는 말에 바로 신청해 버렸다. 차를 끌고 이곳 저곳을 다니면서 견적을 받고 흥정을 하느니 속 편하게 맡겨버린다는 귀차니즘이 발동했다.


오토벨에 전화로 신청하니 바로 차량평가사가 선정되서 약속한 시간에 집으로 찾아왔다. 차량평가를 업으로 하시는 분이시니 어련히 알아서 하실까하는 귀찮은 생각에 평가 견적가에 바로 '콜'을 외치고 순식간에 팔아버렸다. 차를 팔겠다고 신청하고 24시간 만에 통장에 입금까지 끝나버렸다. 나같이 게으른 사람을 위한 서비스는 나날이 발전하는 것 같다. 전화와 인터넷만 있으면 뭐든지 되는 요즘이다.







차를 파는 절차는 한 방에 끝났지만, 마음의 정리는 그렇지 못했다. 사물에 소유욕도 많지 않고, 떠나보내는 것에 별다른 미련을 가지지 않는다고 생각 했었는데, 차를 파는 기분이 마치 애지중지 기르던 강아지를 보내는 심정이었다. 차를 타고 여행 다니면서 생긴 추억 때문인지 아님 함께 교통사고를 겪으면서 생긴 동지애 때문인지 모르겠지만 마음이 헛헛하다.


Bye~~



차를 팔고 구청 자동차세 담당자에게 전화를 해서 올해 남은 자동차세를 환급받고, 자동차 보험도 해약해서 환불 받았다. 이제는 백수에 차도 없다. 집도 없을 뻔 했는데, 그건 면했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