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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에 관한

여행의 기술 - 알랭 드 보통


여행에 관한 블로그를 작성하면 꼭 포스팅해보고 싶었던 책이 있었다.


Alain de Botton 의 'The Art of Travel'




개역판이 나오면서 표지가 달라졌는데, 예전의 이 표지가 더 맘에 든다.


 

알랭 드 보통의 책들은 워낙 인기가 많아서 독서에 관심이 있는 사람들이라면 한 번은 읽어 봤을 만한 책이다. 누구나 일상속에서 공감하지만 어찌 말로 표현하지 못하고 있던 것을 놀라운 통찰력으로 잡아내 문장으로 옮겨 놓았다. 그래서 여행을 좋아하는 사람의 입장에서 '여행의 기술'을 읽으면 '당신은 나입니까?' 하며 감탄하고 공감하는 부분이 많다.


여행 에세이라면 아름다운 명소나 음식에 대한 감상, 여행 중에 생기는 에피소드 등을 기대하기 쉬운데, 이 책에서는 어떤 여행에서라도 누구든지 느낄 수 있는 보편적인 감정의 흐름을 기술하고 있다.

 

아직 읽지 못한 방문자 (읽은 척 할 방문자) 분들을 위해 내용을 간략히 소개하자면......

 


책은 크게 출발, 동기, 풍경, 예술, 귀환의 순서로 구성되어 있다. 여행의 과정과 유사한 흐름이다.

(자세한 차례는 인터넷 서점에서 확인하시라)

 

'출발'에서는 여행을 출발하기에 앞서 여행에 대한 기대감과 여행을 시작하는 시점에서 주로 느낄 수 있는 다양한 감정 등에 대해서 다루고 있다. 이 부분에 염세주의자 '데제생트 공작'에 관한 이야기가 있다.


요약하자면, " 왜 힘들게 짐을 싸들고 고생하면서 여행을 다닐 필요가 있을까? 의자에 앉아서도 책, 사진, 음식으로 충분히 경험할 수 있는데! 상상력은 실제 경험이라는 천박한 현실보다 훨씬 나은 대체물을 제공할 수 있다." 는 이야기인데, 나도 여행 중에 가끔 '이거 보려고 이 고생을 했던가' 하며 후회했던 기억이 있어서 이해는 갔지만, 사실 명소를 보고 이국적인 음식을 먹으려고 여행을 가는 것은 아님에도 간혹 데제생트와 같은 생각은 하는 사람들이 실제로 있긴 하다.

(그들은 매주 토요일 아침 '걸어서 세계속으로' 를 통해 이불속에서도 충분히(!) 세계여행을 할 수 있다 주장한다.)

 

 

두번째 파트인 '동기' 부분은 여행 중에 기대하는 이국적인 풍광들과 그런 것 들에 대한 호기심에 대한 내용을 다루고 있는데, 여기서도 '맞아 맞아' 하며 읽었던 부분이 있었다.

 

여행의 위험은 우리가 적절하지 않은 시기에, 즉 제대로 준비가 되지 않은 상태에서 사물을 볼 수도 있다는 것이다. 그렇게 되면 새로운 정보는 꿸 사슬이 없는 목걸이 구슬처럼 쓸모없고 잃어버리기 쉬운 것이 된다.

(역사, 건축, 미술의 지식없이 갔었던 유럽은 그냥 사진찍기 좋은 동네일 뿐이더라... TT)

 


'풍경' 장은 '시골과 도시에 대하여'와 '숭고함에 대하여'의 두 파트가 있다. 여행 중에 멋있는 풍경을 넘어서 엄청난 대자연의 위대한 예술품 앞에서면 경외감, 숭고함을 느끼게 되는 경우가 있다.

 

이를 저자는

숭고한 장소는 일상생활이 보통 가혹하게 가르치는 교훈을 웅장한 용어로 되풀이한다. 우주는 우리보다 강하다는 것. 우리는 연약하고, 한시적이고, 우리 의지의 한계를 받아들일 수 밖에 없다는 것. 우리 자신보다 더 큰 필연성에 고개를 숙일 수밖에 없다는 것.  (중략)  만일 세상이 불공정하거나 우리의 이해를 넘어설 때, 숭고한 장소들은 일이 그렇게 풀리는 것이 놀랄 일은 아니라고 이야기 한다. 우리는 바다를 놓고 산을 깎은 힘들의 장난감이다. 숭고한 장소들은 우리를 부드럽게 다독여 한계를 인정하게 한다.

 라고 말하고 있다.

 

 

'예술' 장에서는 예술을 통해 풍광을 보는 눈을 키울 수 있다는 내용으로 고흐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이와 함께 아름다움의 소유에 관한 이야기도 있는데 이 또한 기가 막히게 공감이 되는 부분이다.

 

아름다움을 만나면 그것을 붙들고, 소유하고, 삶 속에서 거기에 무게를 부여하고 싶다는 강한 충동을 느끼게 된다. 그러나 아름다움은 손에 잘 잡히지 않는다. (중략) 사진을 찍으면 어떤 장소의 아름다움을 보고 촉발된 근질근질한 소유욕을 어느 정도 달랠 수 있다. 귀중한 장면을 잃어버릴 것이라는 불안은 셔터를 누를 때마다 줄어든다.

 

많은 사람들이 습관적으로 찍는 사진들이 그 시간과 공간에 대한 소유욕이라는 것은 그리 놀라운 분석은 아니지만, 몇 페이지 뒤에 영국의 미술 평론가 '존 러스킨'의 글을 다음과 같이 인용하였다.

 

사람들은 적극적이며 의식적으로 보기 위한 보조 장치로 사진을 활용하는 것이 아니라, 보는 것을 대체하는 물건으로 사용하였으며, 그 결과 전보다 세상에 주의를 덜 기울이게 되었다. 사진이 자동적으로 세상의 소유를 보장해줄 것이라고 믿었기 때문이다.

 

나 역시 사진찍기를 그다지 좋아하지는 않지만, 여행 중이라면 다작(^^)을 하는 편이다. 그런데 돌이켜보면 많은 사진을 남겼던 여행은 그 사진을 뒤적이기 전까지는 기억이 가물가물한데, 사진없이 눈으로만 즐겼던 여행의 기억들은 아직도 생생하다. (카메라를 통채로 잃은 인도여행은 아직도 엊그제 일처럼 생생하다. TT)

 

 

마지막 장은 '귀환'에 관한 이야기인데, 여행에서 감정과 일상의 주변에서 느끼는 감정이 왜 다른가? 여행자의 심리를 일상으로 가져와서 수용적이는 관점에서 주변을 돌아보자는 내용이다. 결국은 여행은 주변을 받아들이는 마음에서 시작되는 것이라면서 독자들을 '일상 여행자'로 만들어 버리는 마무리!!

 

 

여행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슬며시 미소를 지으면서 재미있게 읽을 수 있는 좋은 책이다.

읽고나면, 일상이 삶이 곧 여행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여행의 기술(개역판)

저자
알랭 드 보통 지음
출판사
청미래 | 2011-12-10 출간
카테고리
여행
책소개
세계적인 베스트셀러 저자, 알랭 드 보통이 전하는 여행 이야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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